[도서_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나의 죽음과 너의 죽음 앞에서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Advice for Future Corpses)
- 죽음과 죽어감에 관한 실질적 조언 -
첫 번째, 나의 죽음
존엄성이 타고난 가치에서 비롯된다면, 노화와 질병과 쇠약함이 영향을 미칠 순 없다.
우리는 쓰러지는 상황에서도 고결할 수 있다.
-page 81-
'탄생과 죽음은 실습이 허용되지 않는 일'이기에 그 누구도 죽음이란 것에 대한 경험을 말해줄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죽음을 직시하며 죽어가는 이의 모습과 죽음이라는 거대한 존재의 필연성과 무계획성, 그 과정에서 개인들의 반응과 태도들에 대한 서술은 책의 부제처럼 '실질적 조언'으로 다가온다.
그 실질적 조언들을 마주한 나에게 죽음이란, 존재는 의식하되 집착하지 않을 무엇이자 죽음의 순간에 정신이 온전치 못할 때 내가 바라던 삶의 태도가 묻어 나올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에 더욱 몰두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어쩔 수 있는 것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순간들 뿐이니까.
정말로 죽음을 인식하는 순간들(시한부 선고, 사고를 당하는 순간, 노화 등)이 오면 나 자신이 어떻게 인지하고, 행동할지 잘 모르겠다. 사고처럼 찰나의 순간이 아니라면 그저 다소 침착했으면 좋겠다. 나아가려는, 나아가고 있던 삶의 방향성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깨달음을 얻고 초연했던 성자들과 같을 수도, 같아질 생각조차 없지만 내가 가꾸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 정체성에 부합하기를 바랄 뿐이다.
죽음은 성공이냐 실패냐의 문제도 아니고, 성취해야 할 대상도 아니다. 삶과 죽음은 소유물이 아니다.
죽음이 특정 방식을 띠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와 다를 땐 나쁘다고 판단할 것인가?
- page 76 -
죽음의 순간에 우리가 맞이하게 될 사람, 즉 미래의 나를 완성하고 있는 것이다.
- page 29 -
두 번째, 너의 죽음
당신은 목격자이지 주인공이 아니다.
-page 184-
죽음이 가까운, 혹은 이미 죽은 사람과 그 주변인을 마주할 때 가져야 할 태도는 인간관계에서 당연하게 생각해야 할 태도와 같았다. 도움은 제안은 하되 상대방이 수락할 때까지 기다리고,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 차분하게 임하며, 내 생각에 껴맞추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내가 이해하지 못할 생각이라도 각자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들어주고, 마땅히 이래야 한다는 자신만의 상식을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상식 자체가 개개인으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
도와주겠다고 제안한 다음엔 입을 다물라. 환자는 도움 받을 준비가 됐을 때 그 제안을 수락할 것이다. - page 110-
세 가지만 명심하면 된다. 차분하게 임하라. 함부로 판단하지 마라. 반복하라. - page 98 -
그러니 그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장소로 그들을 끌고 가지 마라. 그들이 현재 있는 장소에서 만나야 한다. - page 105 -
하지만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당사자가 부정하고 싶을 때까지 부정하도록 놔둬야 한다. 때로는 죽기 직전까지도. - page 107 -
죽어가는 사람이 마땅히 이래야 한다거나 저래야 한다는 법칙은 어디에도 없다. - page 108 -
그리고 그들이 보이는 암울함에 부정적인 생각을 멈추라는 같잖은 조언일랑 집어치우고, 암담한 현실에 대한 냉혹한 판단임을 기억하며 그냥 들어줄 것. 매 순간 죽어라 노력하고 있을 것이기에 존중할 것. 그리고 도움을 주기를 마음 먹었다면 나 또한 죽어라 노력해야만 한다는 것.
죽은 이는 익숙하지만 죽어가는 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 경험은 전무하다. 언젠가 소중한 이를 곁에서 떠나 보낼 때, 그 곁에서 조력자의 역할을 조금은 잘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