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벚꽃이 살랑이는 계절이 오고, 햇볕은 따스했고, 우연찮게 들린 중고서점에서 <사랑의 기술> 이 눈에 띄었다.
책을 덮으며, 사랑이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가장 적합한 표현은 다음 문장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만일 내가 참으로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세계를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게 된다. 만일 내가 어떤 사람에게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을 통해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세계를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나 자신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page 72 -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사랑을 표현할수록 무언가를 희생한다거나 박탈당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 전제되어 표현을 양껏 할 수 있다면, 그래서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주는 것으로부터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면, 그래서 그 사람을 사랑하는 나의 모습 또한 사랑스럽고, 그로 인해 주변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눠줄 수 있는 모습이 사랑이란 단어에 가장 어울리는 모습인 것 같다.
사랑은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다. - 어린왕자, 생텍쥐페리 -
그러나 두 사람이 서로에게만 관심을 갖고 다른 것들에 무관심하다면 그것은 확장된 이기주의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는 어쩌면 서로에게 과한 의존성을 가지게 되면서 되려 건강하지 않은 관계를 만들지도 모른다. 그래서 생텍쥐페리는 사랑을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닌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표현했나보다. 옆에 있는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삶의 방향성대로 함께 나아갈 수 있으니.
사랑은 ‘참여하는 것’이지 ‘빠지는 것’이 아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으로 사랑의 능동적 성격을 말한다면, 사랑은 본래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할 수 있다. - page 42 -
작가는 멋진 풍경이 있기 때문에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연습과 훈련이 멋진 그림을 만들며, 그런 측면에서 사랑은 비단 대상의 문제가 아니며 기술과 훈련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말한다.
주는 것에 방점을 둔 능동적 성격에는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한편, 대상에 따라 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에는 분명 차이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의 시작은 쉬울지언정, 유지하는 것은 어렵고, 상대방이 주는 것들에 대한 당연함에 감사함을 갖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며,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 사람을 사랑하는 자신 또한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에는 분명 상호 간의 노력이 필요한 영역일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애의 중요한 요인, 곧 ‘의지’라는 요인을 무시하고 있다.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결코 강렬한 감정만은 아니다. 이것은 결단이고 판단이고 약속이다. - page 87 -
사랑한다는 것은 아무런 보증 없이 자기 자신을 맡기고 우리의 사랑이 사랑을 받는 사람에게서 사랑을 불러일으키리라는 희망에 완전히 몸을 맡기는 것을 뜻한다. - page 181 -
사랑이 감정으로만 점철된다면 초반의 강렬함이 사라진 후에 헤어짐은 일상이 될 것이며, 결혼 또한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것이다. 그 기반에는 참여하는 사람의 의지가 큰 역할을 한다. 결단과 판단, 그리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고, 신뢰를 쌓아갈 수 있다.
이전 경험들과 함께 묻어나는 아쉬움들을 생각하며, 다가온 봄을 지나, 누군가가 멀지 않은 곳에 있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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