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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독서

[도서_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어느 페이지, 어느 문장에도 먹먹하다

by 싯벨트 2023.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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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구입했던 군시절에 한 번. 그리고 최근에 지하철에서 오며가며 읽었던 것을 합치니 6번째 완독이었다. 2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책에 손이 가고, 읽고, 울먹하고, 그 시절 끄적였던 글들을 보며 대견해하거나 미성숙함을 발견하며 지금의 성숙을 다행으로 여기기를 반복한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서 읽든 주인공들의 서사를 알고 있는 나에게는 모든 문장들이 머금은 책 전체의 향기로 먹먹해진다.

 

내가 정말 못생겼어도 나를 지금처럼 사랑해줄 수 있나요? 라는 작가의 아내분의 질문에서 시작했다는 이 소설은 못생긴 여자와 잘생긴 (것으로 추측되는) 남자의 사랑 이야기다. 이례적이다.

 

그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인생이 아닌 태생을 평가받아온 사람은 어떤 상처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그 평가는 과연 옳은 것인가. 나보다 더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고, 그들 앞에서 부끄러워하며 자본주의를 굴리는 바퀴들에 동력을 그득그득 붓고 있는 우리들은 얼마나 잘났고, 잘날 자신이 있기에 끊임없이 비교하고, 뒤쳐진 이들을 깎아 내리는가. 사람에게 외모란 일부분일텐데 왜 그것에 압도당하거나 전체인듯 가치를 두는가.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으며, 내 가족, 친구, 자식 등 소중한 이들이 어떤 세상에서 살았으면 하는가. 그리고 나는 그렇게 행동하는가. 

 

앞선 질문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에도, 자못 감동적인 긴 호흡의 비유를 담은 문장을 읽으며 글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도 제격이다.

더불어, 에릭사티 짐노페티 no.1 & 라벨 죽은왕녀를위한파반느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둔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